'우리가 철썩같이 믿어 왔던.. 아니 믿고 싶었던 진실도 때론 거짓으로 보여질 수 있다.'

 

2011년 10월 어느 이른 아침에 지인분과 주변 Bush 산책을 나왔습니다. 

하늘은 고요했고, 주변의 풍경은 정체된 공기의 흐름에 적막함마저 담고 있었습니다.

새벽녘 내린 폭우탓인지 모래밭은 발을 디딜때마다 축축한 물기가 배어나옵니다. 

군데 군데 보이는 물웅덩이와 풀숲을 지나면서 흘끗흘끗 혹시나 있을 개구리와 곤한 아침잠에 빠져있을 잠자리 녀석들을 찾아봅니다.

지인 분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다소 황량함이 느껴지는 공터를 지나 어느덧 Bush의 끝지점에 도착을 했습니다.

지나온 공터는 공사를 위해 이미 부지정리가 된 상태라 사실 볼 것이 별로 없는 반면에 현장 경계의 끝지점에는 아직 정리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울창한 Bush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여러가지의 동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오늘도 그런 기대감에 주변을 열심히 둘러봅니다.

빽빽히 들어선 야자나무 외곽을 조금만 지나면 고사된 커다란 아자나무를 볼 수가 있는데, 저멀리 나무 위 알록달록한 무언가가 눈에 보였습니다. 

사진을 담기위해 지인분과 조심조심 접근을 하는데..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접근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동물의 배설물 속 양분을 탐닉하고 있는 나비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나비는 우아한 날개짓으로 아름다운 꽃들의 꿀만 먹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의 이 장면은 그동안 내가 나비에게 가졌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산산이 깨져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

.

사실 나비는 그랬을겁니다.

자신들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고집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고, 그 생각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을.. 

오직 그들에게 필요한 절박한 생존앞에 아름다움과 고상함, 그리고 불결함은 오히려 불필요한 사치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란 가식의 테두리안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낸 환상과 허구의 결과물들이 아닐까..?

 

 

 

 

 

군데 군데 물웅덩이를 지나 저 멀리 보이는 야자숲까지 가야합니다. 

 

 

어느덧 구름이 걷히고 물웅덩이에 반영된 파란 하늘의 모습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청초하기까지 합니다.

 

 

사진은 바로 전날에 야자나무속에서 번데기로 있다가 갓 나온 하늘소를 자연에 방생하기 직전에 찍은 장면입니다. 

 

 

 

 

 

 

 

 

일명 '신경초'라고 불리우는 미모사

 

 

 

 

 

 

 

 

열대 끝검은왕나비

 

 

 

 

 

단 한 컷만 남기고 눈 깜짝할 사이에 홀연히 사라져 버린 나비 한마리..

 

 

주변의 풀을 닮으려했던 개구리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수  (0) 2017.07.05
Free loop..  (0) 2017.07.05
조촐한 아침식사  (0) 2017.06.08
열대잠자리  (0) 2017.06.02
도마뱀 알  (0) 2017.06.02
: